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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삼성 LCD 백혈병 노동자, 최초로 산업재해 인정◐

작성자
강수연
작성일
2018.01.19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50
내용

 

반올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산재 행정 개선 기대”

이승훈 기자 lsh@vop.co.kr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반올림 천막ⓒ양지웅 기자

근로복지공단이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의 백혈병 피해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LCD 백혈병 노동자 중 산업재해가 인정된 사례는 이번이 최초다.

7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했던 김모(31·여)씨의 백혈병 발생에 대해 산업재해라고 판단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김씨는 2002년 7월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에 현장실습을 나왔다가 채용돼 ‘칼라필터 3라인 포토공정’에서 생산직으로 일했다. 김씨가 일하기 시작한 나이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그가 5년 7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 둔 이유는 근무 중 느끼는 심한 피로감과 생리불순, 불임 때문이었다. 퇴사한 김씨는 불과 25살의 나이였던 2010년 1월에 만성골수성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역학조사서 철저히 배제된 재해자 참여

김씨가 삼성을 상대로 산업재해를 인정받기까지는 다사다난했다.

김씨 측은 2014년에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에 산재를 신청하고, 그해 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했다. 역학조사는 2015년부터 시작됐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재해자 측의 참여는 철저히 배제됐다. 삼성은 단 한 번 주어진 현장조사에서 재해자와 대리인 공인노무사의 현장 방문을 막았다. 결국 역학조사팀은 재해자와 동반하지 못하고 삼성 측이 제한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에서 조사를 진행했어야만 했다. 김민호 공인노무사는 “현장조사를 하려면, 재해자와 함께 현장에 들어가 재해자의 설명을 들어야 하지만, 삼성이 이를 거부해 함께 들어갈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재해자 김씨 측은 산업안전보건법·공인노무사법 등 관련규정상 재해자에게 역학조사 참여권을 보장해야한다는 근거로 항의공문을 발송하고 기자회견도 진행했지만, 거부한 이유조차 듣지 못했다.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들려오는 얘기로는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였다.

재해자 동반 없이 조사를 진행 결과 역학조사 기관인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이번 재해에 대해 ‘업무관련성 낮다’고 근로복지공단에 의견을 송부했다. 이 같은 심의의견을 토대로 열린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회의는 쉽지 않았다. 첫 판정회의에서 참석위원 5명 중 인정과 불인정이 각각 2명, 기권 1명으로 재심의 회부됐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다시 열린 재판정회의에서 참석위원 7명 중 5명이 산업재해 인정에 손을 들면서 산업재해가 승인된 것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있는 반올림 농성장ⓒ양지웅 기자

심의위원회, 유해물질 지속적 노출 인정
“유사 사업장 피해 노동자들에게 희망”

주요 쟁점이 됐던 사안은 ‘벤젠 등 발암요인 노출 여부 및 수준’이었다.

역학조사에서 벤젠 노출은 없었지만 포르알데히드, 방사선, 극저주파자기장 등의 노출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판정위원회는 일회성 측정결과로만 작업자의 과거 작업환경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특히 재해자가 충분한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5년 7개월 동안 근무했다는 점 등을 비추어봤을 때 역학조사 결과보다 많은 양의 발암물질 또는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고 봤다.

또한 위원회는 여러 공정 설비가 붙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직간접적으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커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해물질에 복합적으로 장기간 노출될 경우 백혈병 발병에 영향을 준다고 본 것이다. 재해자에게 백혈병 관련 유전이나 지병 등 비직업적 발병요인이 없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반올림은 “LCD 생산직의 백혈병 발생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된 최초 사례로, LCD와 유사한 제조공정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혈액암으로 고통 받는 피해노동자들에게도 산재인정이 기대된다”며 이번 판결을 반겼다.

그러면서도 반올림은 입증책임이 재해자에게 있다는 점과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반올림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관련성과 관련해 입증책임이 재해자 측에 있다는 문제점은 개선되어야 한다”며 “재해자의 역학조사 등 재해조사 참여권 보장 및 공인노무사·변호사의 대리권 보장 등 입증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올림은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국민조사위원회’ 등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반도체 전자산업의 광범위한 직업병 문제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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