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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으로 참가한 당원대회, 민주당 지역 코커스... 한 두어 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제가 속한 선거구는 & #39;워싱턴주 제 30 지역& #39; 내의 & #39;드 빌 선거구& #39; 였고, 여기에서 온 사람들은 저까지 아홉 명이었습니다. 이 그렇게 크지 않은 지역에서도 소단위 선거구마다 사람들을 다른 책상에 앉혀 놓았습니다. 당 관계자라고 나온 사람들은 꽤 싱글벙글한 표정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치뤄졌던 당원대회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슴에 버니 샌더스 응원 스티커나 뺏지를 달은 사람, 힐러리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열 시가 되니 꾸역꾸역 몰려들어왔습니다. 저는 이게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인줄은 몰랐는데, 일단 우리 소지역에서 투표 결과는 6대 3으로 버니 샌더스 지지가 높았습니다. 그러면 이것으로 다시 우리 소지역에 배당된 대표인을 뽑아 이들을 다음 지역 단위 코커스로 보냅니다. 그러면 여기서 모인 사람들이 다시 주 단위 코커스로, 그 다음에 거기서 뽑힌 사람들이 주 컨벤션으로 가서, 여기서 내셔널 컨벤션으로 보낼 사람을 뽑는 겁니다. 미국 선거가 사실 복잡한 간선제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이 코커스인 듯 했습니다.
"이래서 우리도 프라이머리 제도로 바꿔야 해." 이런 웅성거림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복잡하게 구역별로 헤쳐모여를 시켜서 여기서 작은 경선을 갖고 그 결과를 함께 나눠 올리는 것은 공정성엔 시비가 없을 지 모르나, 그냥 자기가 원하는 지지 후보에게 투표장 가서 투표만 하면 끝나는 프라이머리 방식이 더 참가율도 높이고 훨씬 빠르고 박진감 있는 게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이 당내경선 방식엔 & #39;지지자들의 충성도를 높인다& #39;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역시 이것은 미국이 이른바 & #39;선진국& #39;들 중에서는 가장 국가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국가라는 것을 보여줍니다만), 누가 다음 코커스에 대표로 갈 것인가를 정하고, 왜 자기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가에 대해서 일종의 분반 토론 같은 것을 갖고, 결정한 후보를 미리 준비했던 대의원 입장 용지에 직접 기입하고(기호 따위를 쓰는 게 아니라, 후보 이름을 분명히 적어야 합니다) 그것을 분반 내 대표에게 넘겨 주고 그 결과를 따로 적어 그것을 당직자들에게 넘겨 주는 이 모든 작업들은, 스스로 자기들이 어떤 정당에 속해 있다는 것을 강조시키는 효과가 두드러졌습니다.
처음 해 보는 것이라 어리둥절한 것도 많았고, 이 방식이 과연 효율적인가 싶은 것들도 많았고, 무엇보다 아무리 & #39;대의제& #39;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이렇게 그 비율로 보면 적은 사람들이 모여 선거 과정에 개입하는 것이 바른 민의의 반영일까 싶은 것도 있었고(그래서 프라이머리 제도가 어떻게 보면 훨씬 민주주의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아무리 국가주의가 강한 미국이라도 개인의 삶은 말 그대로 & #39;개인의 것& #39;으로 철저하게 보장이 되어 있는 이곳에서 함께 & #39;공동의 목표& #39;를 갖고 자발적으로 모여 정치적 이벤트를 갖는 것도, 어떤 면에선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원래 미국에서 정치는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구호는 갖고 있으되, 그것이 실제로 모든 사람이 1인 1표의 보편적 선거제로서 전환된 것은 민권운동이 그 열기를 뿜었던 1960년대 이후였던 것이고, 그 전까지는 오로지 & #39;일정 재산이 있는 백인 남성& #39;에게만 참정권이 주어졌던 것이 미국의 현실이었고, 이 코커스 과정은 그렇게 정치 참여를 복잡하게 해서 모든 사람이 동등한 정치 참여권을 갖지 못하게 하려 했던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번 선거엔 참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이렇게 & #39;귀 빠지고 나서 처음으로& #39; 당원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변화에 대한 열망 때문이겠지요. 이곳 시간으로 몇 분 전에 업데이트 된 투표 현황에서, 버니 샌더스에 대한 지지를 밝힌 사람들은 77%, 힐러리를 지지한 사람들은 22.8% 입니다. 그냥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알래스카에서는 지금까지 80%가 넘는 코커스 참가자들이 버니를 지지했습니다. 역시 변화의 열망은 자발적인 변화에 대한 움직임을 불러옵니다. 그 열망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있는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한국의 총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삐쳤을 것입니다. 지금 미국 대선을 보며 서로가 가진 희망을 모으고, 그 희망 속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를 지켜보다가 다시 내 조국을 바라보니, 지지자들의 발길을 선거장에서 오히려 돌려 버리려는 움직임들이 보여 갑갑합니다. 플러스 정치가 아니라 마이너스 정치로, 늘 세상 없어도 투표는 하겠다는 나이드신 분들에게 맞춰진 듯 보이는 선거 전략들이 어떻게 젊은이들을 선거판에서 쫓아내어 버리는가를 보면서, 이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에게 반드시 투표해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충고하기가 너무나 미안할 지경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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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버니 샌더스 응원 스티커나 뺏지를 달은 사람, 힐러리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열 시가 되니 꾸역꾸역 몰려들어왔습니다. 저는 이게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인줄은 몰랐는데, 일단 우리 소지역에서 투표 결과는 6대 3으로 버니 샌더스 지지가 높았습니다. 그러면 이것으로 다시 우리 소지역에 배당된 대표인을 뽑아 이들을 다음 지역 단위 코커스로 보냅니다. 그러면 여기서 모인 사람들이 다시 주 단위 코커스로, 그 다음에 거기서 뽑힌 사람들이 주 컨벤션으로 가서, 여기서 내셔널 컨벤션으로 보낼 사람을 뽑는 겁니다. 미국 선거가 사실 복잡한 간선제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이 코커스인 듯 했습니다.
"이래서 우리도 프라이머리 제도로 바꿔야 해." 이런 웅성거림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복잡하게 구역별로 헤쳐모여를 시켜서 여기서 작은 경선을 갖고 그 결과를 함께 나눠 올리는 것은 공정성엔 시비가 없을 지 모르나, 그냥 자기가 원하는 지지 후보에게 투표장 가서 투표만 하면 끝나는 프라이머리 방식이 더 참가율도 높이고 훨씬 빠르고 박진감 있는 게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이 당내경선 방식엔 & #39;지지자들의 충성도를 높인다& #39;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역시 이것은 미국이 이른바 & #39;선진국& #39;들 중에서는 가장 국가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국가라는 것을 보여줍니다만), 누가 다음 코커스에 대표로 갈 것인가를 정하고, 왜 자기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가에 대해서 일종의 분반 토론 같은 것을 갖고, 결정한 후보를 미리 준비했던 대의원 입장 용지에 직접 기입하고(기호 따위를 쓰는 게 아니라, 후보 이름을 분명히 적어야 합니다) 그것을 분반 내 대표에게 넘겨 주고 그 결과를 따로 적어 그것을 당직자들에게 넘겨 주는 이 모든 작업들은, 스스로 자기들이 어떤 정당에 속해 있다는 것을 강조시키는 효과가 두드러졌습니다.
처음 해 보는 것이라 어리둥절한 것도 많았고, 이 방식이 과연 효율적인가 싶은 것들도 많았고, 무엇보다 아무리 & #39;대의제& #39;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이렇게 그 비율로 보면 적은 사람들이 모여 선거 과정에 개입하는 것이 바른 민의의 반영일까 싶은 것도 있었고(그래서 프라이머리 제도가 어떻게 보면 훨씬 민주주의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아무리 국가주의가 강한 미국이라도 개인의 삶은 말 그대로 & #39;개인의 것& #39;으로 철저하게 보장이 되어 있는 이곳에서 함께 & #39;공동의 목표& #39;를 갖고 자발적으로 모여 정치적 이벤트를 갖는 것도, 어떤 면에선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원래 미국에서 정치는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구호는 갖고 있으되, 그것이 실제로 모든 사람이 1인 1표의 보편적 선거제로서 전환된 것은 민권운동이 그 열기를 뿜었던 1960년대 이후였던 것이고, 그 전까지는 오로지 & #39;일정 재산이 있는 백인 남성& #39;에게만 참정권이 주어졌던 것이 미국의 현실이었고, 이 코커스 과정은 그렇게 정치 참여를 복잡하게 해서 모든 사람이 동등한 정치 참여권을 갖지 못하게 하려 했던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번 선거엔 참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이렇게 & #39;귀 빠지고 나서 처음으로& #39; 당원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변화에 대한 열망 때문이겠지요. 이곳 시간으로 몇 분 전에 업데이트 된 투표 현황에서, 버니 샌더스에 대한 지지를 밝힌 사람들은 77%, 힐러리를 지지한 사람들은 22.8% 입니다. 그냥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알래스카에서는 지금까지 80%가 넘는 코커스 참가자들이 버니를 지지했습니다. 역시 변화의 열망은 자발적인 변화에 대한 움직임을 불러옵니다. 그 열망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있는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한국의 총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삐쳤을 것입니다. 지금 미국 대선을 보며 서로가 가진 희망을 모으고, 그 희망 속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를 지켜보다가 다시 내 조국을 바라보니, 지지자들의 발길을 선거장에서 오히려 돌려 버리려는 움직임들이 보여 갑갑합니다. 플러스 정치가 아니라 마이너스 정치로, 늘 세상 없어도 투표는 하겠다는 나이드신 분들에게 맞춰진 듯 보이는 선거 전략들이 어떻게 젊은이들을 선거판에서 쫓아내어 버리는가를 보면서, 이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에게 반드시 투표해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충고하기가 너무나 미안할 지경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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