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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시 관악구에 거주하는 35세 시청자입니다.
4월 19일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보고 몇 가지 의문이 들어 손석희 사장님께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는 tgis@joongang.co.kr를 통해 손석희 사장님께도 드렸습니다만, 여러분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 아고라에도 글을 올립니다. 제가 모르는 부분도 많겠습니다만, 가급적 많은 분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아래는 편지의 전문입니다.
제목 :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님께 : 4월 19일 뉴스룸 앵커브리핑과 관련하여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시 관악구에 거주하는 35세 시청자입니다.
4월 19일에 진행하신 앵커브리핑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다소 의문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 편지를 드립니다. 비록 1석 차이 승리지만, ‘승자의 품격’을 논하셨지요. 김종인 의원, 정청래 의원, 언론인 김용민에 대해 다루셨습니다. 이제부터 드릴 말씀은 모두에게 포함되는 것입니다만, 주로 언론인 김용민씨를 중심으로 써나가겠습니다.
사장님. JTBC ‘뉴스룸’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사장님 사진 밑에 이런 다짐이 적혀 있습니다.
“진실을 말하겠습니다. 치우치지 않겠습니다. 귀담아 듣겠습니다. 그리고 당신 편에 서겠습니다.”
참 멋진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간 사장님께서 진실을 말씀하시기 위해 충분히 애쓰셨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와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는 값진 일들 하셨지요.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써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4월 19일의 앵커브리핑은 ‘치우치지 않겠다’는 약속이 다소 무색합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는 ‘언론인으로서의 일관성’에 관한 것입니다. 4월 13일에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인터뷰하셨지요? 인상적인 내용이 있어 발췌해봅니다.
심상정 : “언론환경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고 잘하는 후보들이 있다 하더라도 국민이 알아야 찍으니까요. (사이) 그런 점에서 저희가 다른 3당만큼 공정하게 보도가 됐다면 지금 2배 이상의 성과를 만들지 않았겠나. 그런 아쉬움을 크게 갖고 있습니다.”
손석희 : “예, 뭐 가능하면 정의당의 입장에서도 언론에서 많이 다룰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슈들을 만들어주시면 언론의 입장에서도 편하게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일견 하긴 합니다만, 그런 서운함을 감출 수는 없으리라고 저도 생각을 합니다.”
저는 사장님께 어떤 악의가 있었다고는 추호도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나 군소정당의 심상정 의원에게 ‘여러 가지 이슈들을 만들어주시면’ ‘다룰 수 있는 것’이라고 하신 것은 사실입니다. 이것, ‘품위’를 말씀하시기에 앞서 되돌아보셔야 할 문제가 아닐까요?
힘없는 정당 수장에게는 ‘이슈들을 만들어’오라고 하시고, 언론인 김용민이나 정치인 정청래, 김종인에게는 ‘품위’를 요구하십니다. 물론 ‘품위 있는 여러 가지 이슈들’을 만들어온다면 좋겠지요. 그러나 사장님, 정의당에는 ‘품위 있는 여러 가지 이슈들’이 없어서 보도가 덜 됐던가요?
감히 질문 드립니다. 대체 기자정신이란 무엇입니까? 예의 기자라면, 좋은 정당의 정책과 정치인을 시민에게 널리 알려야 하지 않습니까? 그게 의무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도리’ 쯤은 되겠지요. 기자가 시민의 ‘눈’과 ‘귀’니까요. 그러나 실상은 가끔 그렇지 못합니다. 사장님은 군소정당 대표에게 ‘언론에 서운하시거나 이런 생각도 가지고 계시겠죠.’라고 물으셨지요. 심상정 대표가 ‘그렇다’는 뉘앙스로 답을 하자 곧바로 ‘그러나’하며 핑계를 대십니다. 그것이 재채기처럼 튀어나오는 ‘언론인의 품격’이라고는 혹시 생각 안하십니까?
제가 4월 19일의 앵커브리핑이 ‘치우쳤다’고 느끼는 두 번째 이유는 ‘공정성’에 관한 것입니다.
손석희 사장님. 사장님에게는 ‘새누리당’의 한 표, ‘국민의당’의 한 표는 망신당해서는 안 될 소중한 표고, ‘더불어민주당’의 한 표, ‘정의당’의 한 표는 망신 주고 무시해도 좋은 표입니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손석희 사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묻겠습니다.
사장님은 박근혜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앵커브리핑 앞뒤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도자관을 인용하고, 박근혜대통령의 오점에 대해 말할 수 있습니까? 아마 못할 것입니다. 새누리당 당대표의 언행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다룬 적 없으시지요? 4월 11일 ‘미디어오늘’ 기사를 참조하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표를 향해 이러한 말을 했습니다.
“이런 천박한, 책임을 망각하는 망각증세가 거의 병적일 정도로 심한 이런 지도자는 야당을 이끌어서도 안 되고 혹여나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지도자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다른 당의 대표에 대해서 ‘천박한,’ ‘망각증세가 거의 병적일 정도로 심한 지도자’라고 하는 것은 품위 있는 것인가요? 아, 국민의당은 ‘승자’가 아니라서 괜찮습니까? 그렇지만 앞서도 말씀드렸거니와, 사장님께서 과연 바로 며칠 전까지의 승자였던 새누리당과 청와대에 대해서 어떤 ‘품위’를 요구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손석희 사장님. 대체 ‘품위’가 무엇입니까? 도대체 겉으로 드러난 품위만 지키면 되는 겁니까? 고상한 태도로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기만 하면, 속으로 무슨 짓을 하던 관계없나요? 반대로 겉으로 훌륭한 일을 하면서도 품위 없는 말을 늘어놓으면 비난 받아 마땅한가요?
사장님께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셨으니, 저도 그 분의 말씀을 인용하겠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담벼락에 욕이라도 하고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말라.”
여기서 제가 인용하려는 것은 ‘담벼락에 욕이라도’ 하라는 부분입니다.
손석희 사장님. 사장님은 못 배우고 아는 게 없어서, 남들 앞에 당당하게 말하는 법도 모르고 평생을 사는 사람들의 심정을 아십니까? 그들이 담벼락 앞에서 욕하는 것조차 우물쭈물할 때, 사장님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성장(盛粧)을 하시고서.
물론, 저도 알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애쓰신 것. 그러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품위’란 스스로 갖추면 좋은 것이지,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더구나 자신이 품위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품위를 미처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망신 줄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감히, 말씀드립니다. 사정이야 어찌됐건 사장님은 삼성이라는 거대 자본의 돈을 받아쓰며 으리으리한 브라운관의 한 채널을 차지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김용민이라는 사람은 일반 시민들에게 한푼 두푼 자발적 지원을 받아가며 그들의 담벼락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그들을 대신해서 욕을 하고 낙서를 하는 담벼락이 되고 있습니다. 사장님이 시청률 높이려고 유명 연예인들 데리고 나와 홍보시켜주며, ‘잘 생겼네,’ ‘동안이네’ 덕담 나누실 때, 그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혹시라도 모르실까봐 아래에 알려드립니다.
지식라디오 : 김용민의 역사브리핑
경제 팟캐스트 : 나는 꼽사리다
언론 팟캐스트 : 관훈 나이트클럽
데일리 뉴스 팟캐스트 : 김용민 브리핑
저도 잘은 알지 못해 그가 직접 진행하는 것만 추려봤습니다. 사장님도 언론인이시니, 이 정도 진행하려면 얼마나 성실해야 하는지 잘 아실 겁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초심을 잃는 것을 늘 경계했다고 합니다. 아래는 ‘김해 을’에서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김경수 의원의 말입니다.
“본인이 스스로 어렵고 힘든 분들하고 시민활동을 하시다가 국회의원이 되셨잖아요? 되신 다음에는 국회에 올라가니까 장차관이나 기업인들을 많이 만나니까,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면 생각도 바뀌더라, 그러니까 국회의원 하는 동안에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그렇게 해서 본인의 초심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항상 경계하고, 바뀌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사장님, 묻겠습니다. 최근 한 달 간 작가를 거치지 않고,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은 몇 명이나 되십니까? 아니, 일반 시민은 고사하고, 바깥에서 고생하는 언론인들 얼마나 만나 보셨는지요? 혹시 늘 사장님의 눈치를 보는 부하직원, 게스트들과, 당신을 숭앙하는 팬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는 않습니까?
지금, 경쟁자가 없으신 걸로 압니다. 거대 삼성의 언론사에서 할 말을 하는 언론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장님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마 누구도 김용민 같은 사람을 당신의 경쟁자라고 여기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깊은 밤 주무시기 전에, 한 번 돌이켜보십시오. 시답잖은 공중파 앵커들 사이에서 어깨 세우고 있는 것, 아닐까요? 사장님이 시간과 권력, 그리고 ‘품위’ 문제로 차마 건드리지 못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렇기에 김용민 같은 사람이 나서서 일하는 것이지요. 사장님의 ‘앵커브리핑’을 보고 제가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입니다.
사장님은 영민한 분이시니, 정치권으로 가시진 않겠지요. 거기 가봐야 ‘one of them’일 뿐이니까요. 지금 위치에 있으면 원내대표니 당대표니, 하물며 대통령도 사장님 눈치를 보지 않습니까? 그러나 시청자는 사장님의 눈치를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언론계 선배라 그런지, 김용민은 당신의 발언에 대해 아직까지 어떤 토도 달지 않는군요. 참, 그게 어쩌면 당신의 ‘품위’를 지켜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장님. 품위 있는 분이시거든, 양심을 갖추십시오. 후배 언론인이, 매일 같이 ‘TV조선’과 ‘채널A’에 물어뜯기고 있습니다. 그가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질 낮은 조롱을 했기로서니, 선배가 나서서 사진까지 브라운관에 박아가며, 그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 중 하나일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을 무기로 조롱해서야 되겠습니까? 김용민이 한 것은 질 낮은 조롱이었으나, 사장님이 한 것은 품위 있는 비난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품위 있었으니, 그것으로 된 걸까요?
누군가 만일 리영희 선생의 언론관을 앞뒤로 박고, 사장님의 실수나 선택을 조롱하면 기분이 어떠시겠습니까?
사장님. 한때나마 대학에서 제자를 가르친 것으로 압니다. 그때도 이렇게 망신 주며 가르치셨습니까? 설마, 아니셨겠지요. 제자는 사랑으로 품고 인내로 관용하셨으리라 믿습니다. 후배도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욱이 그는 지난날 저지른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사장님처럼 큰 실수 없이 산 사람은 이해 못할 일인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자기 실수를 인정하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분명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아닙니다. 김용민 씨가 품위는 없을지 몰라도 어제의 자신을 넘어서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적어도 평범한 시민인 저의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그러니 사장님, 앵커 브리핑에서 김용민 씨에게 망신을 주시려거든, 그가 취재한 내용을 가지고나 그렇게 해주십시오.
그냥 지나갈까 했습니다만, 인간적인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김용민 씨, 자식이 셋이라더군요. 그의 자식이 먼 훗날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사장님의 앵커브리핑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세상이 존경하는 언론인이 자신의 아버지를 품위 없다고 보도했다면 말입니다. 저는 그 아이들이, 전혀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 없는 아버지를, 당신 때문에 부끄럽게 여길까 걱정입니다.
칼을 휘두르는 것이 어디 검찰 뿐이겠습니까? 몰래 찾아가 술 한 잔 사주며 “고생 많습니다.”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채널을 무기삼아 칼끝을 겨누다니요. 4월 19일의 손석희는 품위를 갖췄는지 모르지만, 공정성도 잃었고, 일관성도 없었습니다.
사장님.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 보도’ 잘 보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날카롭게 세상의 어두운 구석을 취재하여 알려주시는 기자의 능력이 얼마나 멋진지요.
바로 그것이, 언론인인 사장님의 본분이기에 JTBC 뉴스룸에 기대하는 바가 더욱 큽니다. 앞으로도 그 일을 계속해주십시오. 품위도 없고, 할 말도 제대로 못하는 많은 시민들을 위해서요.
‘뉴스타파’에, 사장님이 한때나마 몸담았던 성신여대에서 국회의원 나경원의 딸을 부정입학시켰다는 의혹보도가 있었습니다. 사장님, 그거 다루셨습니까? 나경원 의원 사진 대문짝만하게 박아가며, 사학재단 설립한 그 아버지의 교육관을 인용해서 앵커브리핑에 다루셨던가요? 제가 ‘나경원 성신여대’로 JTBC 기사를 검색해봤습니다. 이러한 기사 제목이 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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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의 제목과 내용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유추하지 않겠습니다. 각자 판단할 일이겠지요.
존경하는 손석희 사장님.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정치인의 품위를 논하시려거든, 먼저 언론인의 품위를 말하십시오. 평범한 시민의 눈에는 ‘TV조선’과 ‘채널A’ 그리고 ‘MBC’ 어디든 김용민보다 품위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무리합니다.
혹시라도 제 글을 읽으셨다면, 긴 글 읽어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사장님 스스로 인생을 바쳐 구축한 것처럼,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냉정하고 객관적인 언론인으로 남도록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인이 명예롭게 퇴진하는 것,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 것 같더군요.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그간의 노고에 감사하며 고언 드렸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제가 편지를 쓸 때까지는 김용민 씨의 의견 표명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김용민씨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였기에 이 점 알려드립니다.
참고로 저는 김용민 씨와 전혀 교류가 없으며 그 분은 저를 모릅니다.
평범한 시민으로서 개인적 생활을 해나가며 느끼던 부채의식으로 인해 이 글을 썼습니다.
혹시라도 불필요한 오해가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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