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설치된 후 1년 6개월간 보수언론은 특조위를 세금 도둑에 비유하며 폄훼해왔다. 특조위가 활동을 시작하기 전 예산을 청구할 때부터 시작된 ‘세금도둑’ 프레임은 정부가 활동 기간 종료를 통보한 지난 6월30일까지 지속됐다.
세월호 특조위가 ‘세금도둑’ 프레임에 갇힌 시발점은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당시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였던 김재원 전 의원의 발언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1월16일 특조위 관련 규모가 지나치다면서 특조위를 ‘세금도둑’에 비유했다.
이후 조선일보가 세금도둑 프레임의 선봉에 섰다. 세월호 특별법이 적용된 2015년 1월1일부터 지난 6월30일까지 특조위의 예산을 문제 삼은 조선일보 기사와 사설은 총 20건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특조위를 ‘세금 도둑’ 프레임으로 보도한 기사는 문화일보 7건, 중앙일보 4건, 동아일보 2건 순이었다.
특조위의 예산을 문제 삼은 조선일보 보도는 2015년 1월에 1건, 6월에 1건, 7월 말~8월 초 11건, 11월에 5건, 2016년 6월에 2건 나왔다. 2015년 7~8월과 11월에 집중적으로 특조위 예산에 관한 보도를 내보낸 것을 알 수 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당시 조선일보 기사는 '사무실 조성비로 20억 원 쓰고 외부 자문행사비에 10억 들여'(7월24일자), '세월호 조사한다면서 생일 케이크 값 655만원·체육대회비 252만원'(7월27일), '세월호 특조위, 야당 믿고 직원 생일케이크까지 세금 쓰나'(7월28일), '국민 세금인데'(8월4일)이다. '생일케이크'라는 디테일한 단어를 제목으로 뽑아 특조위가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보도를 연달아 내보냈다.
김형욱 세월호 특조위 언론팀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조선일보는 계속해서 특조위의 예산에 큰 문제점이 있는 것처럼 보도해왔다”며 “특히 지난해 7월에 ‘생일케이크비’를 운운하며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게 책정된 비용을 가지고 비난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조선일보의 보도는 작은 꼬투리를 잡아 침소봉대하며 마치 특조위가 특권을 누리는 것처럼 프레임을 잡았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가 지난해 7~8월 보도한 특조위 예산 관련 기사 제목 모음. 편집=정민경 기자 |
이후 같은 내용을 담은 2016년 4월16일 사설에는 정정 보도를 내야했다. 정정보도에서 조선일보는 “사실 확인 결과 세월호 특조위에 배정된 예산은 총 150억 원이므로 이를 바로 잡고 9.11테러 조사위원회의 2배가 넘는다는 것은 잘못이었음을 밝힌다”고 바로 잡았다.
같은 시기 문화일보도 ‘대우부터 먼저 챙기는 특조위’(7월28일), ‘기재부 “요구 지나치다” 싹둑, 특조위 “인건비도 안 돼” 반발’(8월4일), ‘활동기한 연장 통과 땐 추가 예산 불가피’(7월29일) 등의 기사를 통해 특조위의 활동 내용이나 필요성에 대한 해설보다 예산 규모를 부각시켰다.
▲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해당시기에 보수언론은 특조위가 대통령을 조사한다는 것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세금 도둑’ 프레임을 씌웠다. 진상조사에 필요 없는 사안을 조사하면서 예산을 쓴다는 비난이었다. 대표적인 보도는 조선일보 11월20일자 사설 ‘세월호 특조위, 대통령 행적이나 캐라고 혈세 쏟은 줄 아나’다.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진상규명과 관련 없는 정치적 사안을 다루겠다고 나서면 세금만 낭비하는 조직으로 낙인 찍혀 해체하는 게 낫겠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라고 썼다. 세월호 참사 당시 초기대응이 늦어진 점에 있어 박 대통령의 행적과 지시 사항이 중요한 조사사항임에도 보수언론은 이를 외면했다.
이 시기에 조선일보는 대통령 행적 조사가 불필요하다는 기사와 함께 특조위의 예산이 비대하다는 기사를 총 5건 작성했다. 이 가운데 11월7일 '지구를 웃겨라' 기사는 오보까지 냈다. 이 기사는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 위원장이 받은 액수는 세전 1억1689만원, 한 달 1461만원이다”, “변호사를 하면서 특조위원장으로 활동했다”고 썼다. 하지만 이후 바로 “이석태 위원장이 받은 액수는 세후 7550만원이며 현재 변호사를 겸직하고 있지 않다”며 정정 보도를 냈다.
▲ 조선일보의 지난해 11월 특조위 관련 기사 제목. |
이에 특조위 측은 “특조위는 모두 비즈니스 석이 아닌 이코노미 석으로 예산안을 작성했다”며 “특조위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입수·분석되지 않은 해외 자료가 많고 진상규명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해외 전문가를 초정하는데 난점이 있어 해외출장조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월30일까지 조사 완료가 1건인데도 이유가 있다. 특조위 측은 “개별적으로 조사가 완료된 것은 여러 건 있지만 여러 연관된 사안들을 한꺼번에 연결해야 의미 있는 조사가 되기 때문에 조사완료라고 못 박지 않은 것”이라며 “작년 9월부터 조사 신청을 접수했지만 청문회를 개최하고 조사 기간 공백 등이 있어 조사에만 집중할 수 없었고 조사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데 지금까지 완료된 조사건수만 가지고 6월30일까지 활동을 중단하라는 것은 심각한 방해”라고 말했다.
특조위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에는 △지속적인 예산 삭감 △예산 배정 지연 △수사권과 기소권 없는 위원회 △두 차례 청문회 진행으로 조사 지연 등이 있었지만 보수언론은 이러한 사실들은 누락했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규명해야 할 진실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활동 기한을 운운하며 무작정 특조위를 해산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재난관리시스템의 부재, 관리감독 부실 문제,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민관유착, 사회 전반의 신뢰의 위기까지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담고 있는 세월호 참사를 그대로 덮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이어 김 사무처장은 “예산이 얼마인지만 부풀려 보도하고 특조위가 왜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기사는 없었다”며 “세월호 이후 보도도 악의적이었지만 가장 심한 것은 특조위에 대한 악의적 보도였고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공격 태도를 보였고 이는 보도라기보다 흑색선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