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독일이 통일되고 나서 서독의 큰 회사들은 동독에 공장을 지었습니다. 부동산 가격 저렴하고 인건비도 저렴하니까요. 그런데 막상 일을 시키니 일이 되지를 않습니다. 동독 주민들은 왜 일을 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개념조차 없더라는 겁니다. 공동생산 공동분배의 공산주의 국가에 살던 사람들에게 갑자기 일한만큼 월급을 줄 테니 그것으로 생활하라고 하니 적응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죠. 그 개념에 적응하지 못하니 일하는 것 자체에 적응을 못하고, 인건비 저렴하다고 공장 지었더니 생산효율은 크게 떨어져 기업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고, 회사들이 다시 떠나가니 일자리는 없어지고 생활 수준은 궁핍해지고, 어쩔 수 없이 국가에서 복지를 제공하고 생활을 지원하느라 천문학적인 돈이 나간 것입니다.
그래서 독일의 전문가들이 한국에 통일에 대해 조언할 때 늘 두 가지를 당부합니다. 첫째, 하루 아침에 체제가 바뀌면 적응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니 통일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는 유지하도록 하고 남북의 교류를 자유화하여 자연스럽게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둘째, 북한의 주민들이 당장 노동자로 일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적응을 위해 북한 내에서도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주민들이 일하며 월급 받는 프로세스를 경험하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한국은 민주정권 하에서 그 조언을 성실히 받았습니다. DJ가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합의한 것이 첫째 조언을 반영한 것이고, DJ가 개성공단 개설에 합의하고 노무현이 실현시킨 것이 둘째 조언을 반영한 것입니다. 특히 통일에 이르기 전 미리 북한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고 노동자의 삶을 겪어볼 수 있는 개성공단이야말로 획기적인 통일방안이었노라 독일에서도 극찬한 바 있습니다.
개성공단 인건비가 핵개발에 쓰였다고요? 근거를 대라니까 막상 근거는 대지 못하던 박근혜 정부의 말이 사실이라 칩시다. 평화통일을 위한 수단이 오염되어서 더 이상 가동할 수 없다 칩시다. 그러면 끝이에요? 다른 수단을 구상해서 협상 테이블을 차려야지요. 헌법은 대통령에게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할 성실한 의무"가 있다고 규정합니다. 대통령이라면, 개성공단이 정녕 틀렸다면 다른 답을 찾아와서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됩니다.
물론 필자는 개성공단이 틀렸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최순실이 지 마음대로 폐쇄 결정했노라는 증언이 존재하는데, 개성공단이 틀렸다고 말하는 자들이야말로 최순실 부역자가 아니고 뭡니까.
지금 대선주자 5인 중 개성공단 재개에 찬성하는 것은 문재인 심상정뿐입니다. 자, 그들은 개성공단이라는 수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믿음 하에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으로서 개성공단이라는 도구를 택했습니다. 나머지 3인은 어떠합니까? 개성공단이 틀렸다면 다른 방안을 가지고 공약을 걸어야 되는데, 아무런 공약도 없이 개성공단 재개에 반대한다고만 하면 그것이 "성실한 의무"의 이행입니까?
홍준표가 말합니다. 개성공단은 무조건 폐쇄한답니다. 그러면 그 다음은요? 당연히 공약은 없습니다. 헌법이 정한 의무를 걸레짝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유승민이 말합니다. 개성공단 폐쇄의 절차는 문제가 있지만 재개는 유보한답니다. 아니, 폐쇄 결정에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원상복구하는 거지 대체 이게 무슨 논리입니까?
안철수는 아무 말도 안 합니다. 찬성도 반대도 아니고 간만 보고 있습니다. 박지원은 개성공단은 반드시 재개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이 시점에서는 박지원도 조용하네요.
당연히 대한민국은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있으니 개성공단에 반대할 수도 있고 평화통일에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하겠다는 자라면 헌법이 정한 의무를 반드시 이행해야 함은 기본입니다. 홍, 유, 안 3인은 그 의무를 우습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게 본인의 신념이라면 대통령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겁니다.
혹자는 UN 대북제재를 이야기할는지도 모릅니다. 개성공단 같은 민간 경협은 대북제재의 대상이 아니라는 전문가의 의견도 수두룩한 현실에서, 우리의 국익과 헌법 수호를 위해 다른 나라를 설득시켜 개성공단을 유지하는 게 정부의 역할입니다. 그런 걸 "외교"라고 합니다. UN 핑계대면서 마땅한 직무를 저버린다면 그건 직무유기라고 해야겠네요.
꼭 개성공단만이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다른 답을 찾아도 됩니다. 그러나 무슨 답이든 일단 답을 찾아와서 그것이 개성공단 재개보다 더 국익에 부합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순리이지요. 지금 대선주자 5인 중 "평화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문재인 심상정뿐입니다. 공약을 지키고 안 지키고는 나중 이야기입니다. 일단 공약은 해야죠. 문재인 심상정은 최소한 공약은 했습니다. 두 사람이 옳습니다. 나머지 3인은 아무런 구체적인 공약이 없습니다. 무책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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